
감사합니다.
어느 순간 잊어버린 감사하는 마음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한해를 돌아보면서 감사할 일들이 많다고 본다. 그러나 나는 근간에 감사를 잊어버리고 사는 게 아닌가한다. 돌아보면 사업도 계속 성장했고, 남들은 어렵다 안된다 하지만 올해도 그럭저럭 성적을 내고 있다. 또 사회적으로 직위도 높아져가고 있다. 공구상 회장직에 이어 대구시새마을회장을 맡으면서 이전보다 높은 분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갈수록 나를 올려주고 칭찬해주는 자리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내 생각은 어떠한가. 직원들이며 주변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높여 질책을 하고 불만을 말한다. 사실 직원들은 모두 열심히 잘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걸 몰라주고 자꾸 더 잘 하
라고 몰아붙였다. 어찌하여 나는 꾸중만 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가. 지난 10월 25일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과 두산 경기가 있었다. 정규시즌 우승팀인 삼성이 두산에게 연장 13회전까지 가서 져버렸다. 열혈 야구팬인 나는 끝까지 지키고 앉아 응원을 하다 져버리자 울화통이 터졌다. 잠자리에 들면서도 가슴에 열이 올랐다. 그렇게 얼마를 자다 새벽녘에 잠이 깼다. 불현듯 한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에 이겨야 하고 잘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삼성도 그만큼 했으면 최선을 다 한 건데, 매번 이겨야 한다고 질타하는 건 세상일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욕심을 부리다보니 감사하는 마음이 식어져 근간에는 아예 감사를 잊어버린 게 아닐까 한다. 좀 더 힘이 생기고 자리가 올랐다고 예전 작은 일에도 감사하던 그 마음이 언제부터인가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끝까지 올라간 용은 반드시 후회한다.
달은 가득 차면 이지러지고
그릇은 가득차면 엎어진다.
끝까지 올라간 용은 후회하리니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으리라.
권세에 기대서는 안 되고, 욕심을 지나치게 부려서도 안된다.
새벽부터 밤늦도록 두려워하기를
깊은 연못에 임하듯이 살얼음을 밟는 듯이 하라.
조선시대 문신 김상용(1561~1637)의 시문집 선원유고(仙源遺稿) 중에서
자전거에서 오토바이로,
작은 편리함에도 감사했던 그때
내 삶에서 제일 감사하고 좋았던 때는 언제인가 돌아본다.1971년 자전거로 공구행상을 할 때였다. 하루 종일 짐자전거로 공구포대를 싣고 거리를 오갈 때 하루에 적어도 30km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좀 더 편리한 방법이 없을까 연구를 하다 자전거에 원동기 장치를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체인이 벗겨지고 엔진 고장도 많아서 아주 애를 먹었다. 안되겠다 싶어 중고 50cc 오토바이를 한 대 샀다. 타보니 역시나 수월했다. 힘들이지 않고 어디든 가겠다 싶어 그 작은 오토바이가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었다. 그때가 1973년 신혼 초였는데, 점심 먹으러 집에 와서는 밖에 세워놓은 그 오토바이만을 내내 쳐다보더라고 지금도 아내가 말한다. 중고 50cc 오토바이에 그렇게 감사하고 기뻤던 마음이 지금은 아주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별로 나지 않는다. 이 또한 교만함이 들어서 일 것이다.
이후로 조그마한 공구상을 할 때도 규모가 작은 곳이라 선뜻 점원을 하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조금 일을 배우다가도 금세 나가버리기 일쑤였다. 당시 김기학이라는 분은 궂은 일도 마다않고 무슨 일이든 해주었다. 지금까지 우리회사에서같이 일하고 있는데, 감사를 드린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나를 도와준 분들이 참 많다. 가족과 직원들,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주어 하나하나 이름을 불
러주지 못하지만 무척 감사를 드린다.
감사는 봉사로, 봉사는 나눔으로
올해도 벌써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자전거 하나로 시작해서 오늘에 오기까지 도움을 준 많은 분들이 있었는데 그 감사를 다 잊지는 않았는지 한 번 더 내 자신을 돌아보고 싶다. 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고속성장이라는 발전 속에서 물질적인 풍요를 누려온 우리나라가 다시 한 번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지난 10월 20일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가 전남순천에서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직접 참석하시어 제2의 새마을 운동을 만들어가자고 말씀하셨다. 40년 전 새마을은 근면 자조 협동 정신을 바탕으로 했지만 이제는 나눔 봉사 배려의 정신으로 새로운 사회운동이 되자 하셨다. 이 나눔 봉사배려를 실천하는 데 있어 감사가 있다면 더욱 잘될 것이다.
나는 40여 년간 공구사업을 하면서, 또 60여 년 넘게 인생을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으로부터 도에 넘는 도움과 지지를 받아왔다. 내가 가진 능력에 비해 재력과 명예를 과하도록 받았다. 지나온 모든 일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봉사해야겠다. 앞으로 나의 삶이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내 삶이 있는 한 사랑하고 봉사하면서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