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열정, 그리고 책 한 권
지갑 팔던 청년에서 공구상으로
1971년 1월, 해군을 갓 제대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일자리를 찾고자 서울 등지서 많은 노력을 했으나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겨우 얻은 일자리 하나. 바로 버스 안에서 수첩과 지갑을 파는 일이었습니다.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새로 나온 지갑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지갑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찢어지지 않고, 오뉴월 개가 축축 늘어지는 무더운 여름에도 절대 늘어나지 않습니다.”
바로 40여 년 전 필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땐 지갑도 몇 개 팔지 못하고 그만둬 버렸는데, 이후 지갑보다 훨씬 가치 있는 공구를 파는 사람이 됐습니다. 그것도 한국에서 공구를 가장 많이, 또 가장 잘 파는 사람이 됐습니다. 세월유수(歲月流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게는 지난 시간이 물처럼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세상은 때론 거칠고 무거웠습니다. 그래도 이 ‘공구’를 사랑하게 된 것은 순전히 제 운명이었고, 그렇게 여기는 순간 공구는 참 많은 행운과 사회로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제게 열어줬습니다. 직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담아 발행하는 잡지의 이름을 ‘공구사랑’이라 지었습니다. 이 공구업계에 종사하는 우리 공구인들이 제 속으로는 참 좋았고 참 자랑스러웠습니다. 우리 다 함께 연결될 수 있고 함께 누릴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는데, 그게 아마 ‘책’이라는 형태가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입니다.
공구상 경영에 필요한 이야기, 책에 담을 순 없을까?
제가 이 공구업을 시작할 때는 어디 하나 펴볼 책도 없고 참 막막했습니다. 그저 물어물어 알아내고 혼자서 연구하고 찾아냈습니다. 지금의 공구업계는 그러지 않았으면 합니다. 중국의 모택동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학문이 있으면 산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멀리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학문이 없으면 어두운 도랑을 걷는 것처럼 더듬어 낼 수도 없으며 몹시 고생스럽다.”
공구업계에 지식과 정보, 기술이 필요함을 저는 아주 절실히 느낍니다. 공구상 사장님들께도 바쁘더라도 경영대학을 다니시라는 말씀을 자주 드립니다. 그래야 사업이 발전하고 이 분야의 전문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한 달에 한번 보는 잡지에 공구상 경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세심히 담고자 했습니다. 업계 종사자라면 유익하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책이 있어야 합니다. 그게 우리업계의 힘이 됩니다. 사막이 넓을수록 오아시스가 필요합니다. 산업공구 분야가 점점 넓어지는데, 우리업계에도 오아시스 같은 곳이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공구사랑이 할 순 없을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무료급식과 맛있는 고급 식사
공구사랑 유료화를 시작하면서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어떻게 공구사랑을 돈을 받고 팔 수 있을까. 그러나 이처럼 좋은 책을 계속 공짜로만 줄 수는 없지 않은가.’ 라는 생각에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공구사랑을 유료화해서 돈을 벌자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여러 책자가 나오고 있지만 우리업계가 미래에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내용과 지식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이해와 재미를 더하기 위해 스토리(Story)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역할을 공구사랑이 하고자 합니다. 이와 같은 역할을 해내자니 이전처럼 계속 무료로 발행해서는 앞으로 이 분야를 이끌 지식과 이야기를 제공하기에 너무 힘이 달립니다.
적절한 비유를 찾다 무료급식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무료급식과 유료급식은 그 품질에서 확연히 차이 납니다. 예전에는 무료급식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자 사람들은 자기 돈을 내고서라도 좀 더 맛있고 품질 좋은 음식을 먹고자 합니다. 이런 취향을 무시하고 무조건 무료만 고집하면 음식 전체 수준이 동시에 하락하게 됩니다. 좋은 음식을 만들려면 좋은 재료가 필요하고 좋은 요리사가 필요합니다. 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원고, 좋은 필진, 좋은 기자, 고급 제작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사실 공구사랑을 만들면서 많은 지출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글을 싣고 좋은 취재를 하려면 많은 비용이 듭니다. 더 충실한 내용을 싣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와 비용이 들어가야 하고, 앞으로 더욱 그러해야 합니다. 빛이 없으면 세상은 온통 어둠 뿐입니다. 세상에 빛이 되는 지식을 주는 책, 공구 지식과 정보가 살아 숨 쉬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좋은 필진과 멋진 이야기를 넣겠습니다. 공구상 운영에 현실적으로 딱 안성맞춤인 경영정보를 찾겠습니다. 산업공구 종사자 여러분께 미래를 열어줄 수 있는 책을 만들어 보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사업에 도움 되고 위상 높이는 책 필요
지금은 전문 직업인 시대입니다. 다른 직업군에서는 좋은 책이 나오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산업공구업계는 아직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책이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역할을 공구사랑이 하고자 합니다. 본인의 힘으로 부족하기에 조금씩 일정부분만 뜻을 같이 하면 우리 스스로의 사
업에도 도움 되고, 업계의 위상과 공헌도를 알리기 좋은 책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세계 여러 곳을 가봤지만 공구업계에 깊이 있는 책은 없습니다. 거의 소식지나 광고지 수준입니다. 공구업계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잡지로 함께 키워갔으면 합니다. 우리 업계에 공구사랑이 있다는 것이 자부심이 되도록 그 내용과 품질 향상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한국 최고의 공구전문 명품 잡지가 되겠습니다. 더 좋은 지식과 정보, 뉴스, 다양한 기술을 담아 우리나라 산업공구 발전을 위해 쓰여지겠습니다.
한 알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그것이 잘 크면 30배를 거두기도 하고, 60배 혹은 100배를 거두기도 합니다. ‘공구사랑’은 이 공구업계에 가장 좋은 씨앗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