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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사고 나기 전 반드시 예고편 있다



사고 나기 전 반드시 예고편 있다
 

-1:29:300 하인리히 법칙에 대하여 -



미군부대 공구를 끊어라

 하인리히 법칙이란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이미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
한다는 법칙이다.
1930년대 초 미국의 보험회사 직원이었던 하인리히는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노동재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원리를 발견했다. 300건의 작은 징후에 이어 29건의 중간급 사고가 있고, 결국 한 건의 결정적인 큰 사고가 터져 막대한 혼란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사고나 재난은 발생 전 여러 차례의 징후가 있다. 사람 일에도, 가정에도, 기업에도, 국가에도 마찬가지다.
생각해보면 내게도 여러 번에 걸쳐서 미리 경고를 주는 사건들이 있었다. 1970년도 중반이었다. 하루는 미군부대 다니는 사람이 공구를 몇 개 가지고 왔다. 사고 나니 돈이 조금 남았다. 얼마 후 이 사람이 또 가지고 왔다. 이런 식으로 여러 번에 걸쳐 거래를 하자 군치반에 걸리기도 했다. 당시 사회가 그렇듯 적당히 인사를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말이 있다. 나중에는 큰 일로 터져 이만저만 곤욕을 치른 게 아니다. 한마디로 식겁을 했다. 다시는 안해야겠다 싶어 미군부대 물건 사는 일을 그만 두었다. 그때 딱 끊고 국산장사로 돌아왔으니 오늘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IMF가 시작되기 전인 1996년 가을부터 조그마한 부도가 나기 시작했다. 장사하면서 작은 부도야 날 수 있지하면서 겁도 없이 어음을 받곤 했다. 1997년 초에는 큰 건이 몇 건 더 터졌다. 아차 싶어 왠지 불길한 예감에어음을 받지 않기로 하고 한도관리에 들어갔다. 오랫동안 거래하던 고객들에게서 강하게 항의가 들어왔다. 1997년 12월 본격적인 IMF가 시작됐다. 국가적 위기감이 각 기업으로 옮겨왔고 모두가 바람에 성냥갑 넘어가듯 쓰러져갔다. 그러나 단단히 준비한 덕분에 그나마 견뎌올 수 있었다.


창고관리, 재고관리, 리프트 관리 … 공구상 위험요소들

지난 9월 17일 협회에서 열린 특강시간에 정운찬 총리님께서도 이 하인리히 법칙을 강조해 말씀하셨다. 아주 조그마한 일이라도 잘못된 것을 발견하면 문제는 치유될 수 있다. 반면, 잘못을 등한시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할 때는 위험이 더 크게 자라게 되는데, 우리사회나 회사 모두 마찬가지라는 말씀이셨다. 그 말씀을 계기로 이렇게 글도 쓰고, 회사와 업계를 돌아보게 돼 정말 감사드린다.
혹시 공구상사를 운영하면서 물건 유출이 없는지도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창고 관리도 잘 하여야 한다. 처음에는 조그마한 것에 유혹받지만 갈수록 커갈 수 있고 나중에는 회사를 위협하는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다. 어떤 분은 조카에게 모든 열쇠를 맡겼는데 조카가 물건을 유출하여 사업까지 파탄나기도 했다. 재고 조사도 하여야 한다. 자칫 재고조사를 게을리 하면 나중에 큰 구멍이 생긴다. 납품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 그 회사 구매담당에 의해 제품이 되돌아올 때 이유가 뭔지 확실히 밝혀 대처해야 한다.
공구상사에 가보면 2층으로 짐을 올릴 때 리프트를 쓰는 경우가 많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리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2층에는 1층으로 내리고 나면 그 자리에 구멍이 생긴다. 자칫 헛디디기라도 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내려오고 나면 그 구멍을 메워주는 리프트 시설이 있으니 꼭 설치해야 할 것이다. ‘조그마한 것에 주의하라’는 하인리히 법칙을 필히 새겨야 한다.


우리사업에 예비엔진과 구명조끼 있는가?


젊을 적 해군에 있을 때 경남함(APD-81)이란 군함을 탔다. 군함에는 큰 엔진이 두 개 있다. 하나가 작동 안되면 다른 엔진을 가동한다. 혹 배가 파손되면 상륙 보트를 움직인다. 그래도 배가 침몰한다면 구명정을 타고 탈출한다. 구명조끼도 주어져 바다에 뛰어내려도 가라앉지 않는다. 평소 훈련기간에는 수영도 배워둔다. 이렇듯 군함에는 위기가 와도 어쨌든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지난 4월 온 나라를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에는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하나도 없었다. 이런 아픔을 겪었으니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점검해야 한다. 우리 사업 역시도 마찬가지다. 몇 개의 엔진과 구명조끼가 있는지 살펴봐야한다. 다시 한 번 더 새긴다.
 
300번의 사소한 징후
29번의 작은 사고
1번의 대형사고

미리 미리 대비해 위험의 징후들을 줄여나가자. 작은 사고들이 말해주는 경고들을 알아차려 위험을 줄여가는 것이 요즘 같은 시기에 꼭 필요한 경영법이 아닌가 한다.